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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주년 기념책자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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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연 님의 글입니다. 2016-12-15 Thursday (조회:1004,댓글:12,추천:2)
(강원,남) 상사를 잘 모신다는 의미는?


                                                                        상사를 잘 모신다는 의미는?


  내 나이 50,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知天命)’을 지나 100세까지 산다 하더라도 이젠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요즘...

  공직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20년!
  남들보다 조금은 늦게 이 길로 들어섰지만, 아직까지 크게 후회해본 적은 없다. 월말이면 컴퓨터에 앉아 가계부를 정리하던 아내에게서 흘러나오는 한숨소리만 빼면! 나는 결혼을 하고 2주 후에 첫 발령을 받았다. 직업도 없던 백수인 나를 좋다고 선택한 아내나 장인장모님께 평생 고마워할 일이다.


  교육행정직공무원 임용시험 면접 때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질문 가운데는 ‘당신의 공직관은 무엇인가?’하는 항목은 꼭 들어가던 시절... 그 때 나의 대답은 ‘여러 가지 공직관이 있겠지만, 저는 「공무원은 나라의 녹(祿)을 먹고 사는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아주 또박또박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공직관을 바꿔본 적이 없다. 물론 공직관을 바꿀 계기는 있었다.

  초임 시설, 전국 교육행정직공무원들의 사이버모임인 <교육행정전문사이트>를 통해 만난 동료들과 함께「강원도교육행정연구회」를 조직하여 뭔가 공직사회의 변화를 꾀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반 공무원노동조합이 전국적으로 결성되고, 2005. 1. 27.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연구회 회원 대부분은 노조로 갈아타기(?)를 했다. 그 당시 나 역시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공직사회를 변화시키려면 노조의 힘을 키워 투쟁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난 아직까지도 노조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난 노동자가 아니라, 나라의 녹(祿)을 먹고 있는 사람이다!’라는 나의 공직관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말한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구시대적 공직관을 가지고 고집하느냐고? 그렇지만 난 나의 공직관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공직생활을 하다보면, 대부분은 퇴직할 때까지 상사를 모시고 생활하게 되어 있다. 기관장이 되기 전까지는...

  지금으로부터 ?년 전 즈음의 일이다.

  아주 작은 규모의 시골 초등학교에서 행정실장으로 일하던 때이다. 학교보다는 교육청 근무 경력이 더 많은 터라, 학교에서의 근무는 좀 낯설고 또 나홀로실장(소규모학교라 교육행정직이 1명만 배치되어 있는 학교의 행정실장을 이르는 말)이어서 그야말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던 시절이었다.

  요즘엔 인조잔디다, 천연잔디다 해서 많은 학교 운동장이 흙밟기도 어려워졌지만, 그 때 내가 근무하던 학교는 그냥 흙운동장이었다. 그리고 화단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봄·여름·가을·겨울 변화하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는 참 아름다운 학교였다.

  교사동 주변과 운동장이 흙이라 비가 오면 물이 고여 이동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던 터라, 예산을 확보하여 조경석을 설치하고, 보도블럭을 까는 공사를 추진하게 되었다. 공사금액이 그리 크지는 않았기 때문에, 시내 업체 중 한 곳을 선정하여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진행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업체의 사장과 교장선생님은 친분이 두터운, 막역지우(莫逆之友)였다.

  계약담당자로서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어서 설계도면과 시방서에 따라 주말까지 출근하여 공사감독을 실시하고, 공사가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교장 선생님도 만족해 하셨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 학교가 한결 깨끗해졌다고 칭찬이 자자 했다.

  그런데 공사대금을 지급하고 며칠 후, 업체 사장이 학교를 찾아왔다. 난 그분을 교장실로 안내하고, 직접 차(茶)를 준비하여 접대를 하고 행정실로 돌아왔다. 얼마 후 교장 선생님이 나를 부르더니, 흰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공사도 잘 마무리되었고, 또 교장 선생님을 모르는 사이도 아니어서 감사의 표시를 하겠다고 업체 사장이 건넨 돈봉투였다. 교장선생님은 학교에 혹시 손님이라도 오면, 접대할 필요도 있으니, 받아두라고 하셨다. 난감했지만, 우선 교장 선생님의 뜻을 거스를 순 없어 받아들었다. 소위 말하는 ‘비자금’으로 관리하라는 지시인 것이다.

  그 전까지 교장 선생님을 향한 존경스런 마음도, 좋기만 하던 학교도 갑자기 사라지고, 부담스럽고, 일하는 것도 싫어지고, 짜증이 났다.

‘어떻게 하지?’
‘다시 돌려드려야 하나?’
‘그냥 보관하고 있다가 써? 내가 받은 것도 아닌데...!’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지금 교장 선생님을 기관장으로 모시고 있는 사람이다. <어떻게 모시는 게 정말 잘 모시는 걸까?> 이런 상황에서 받은 돈봉투로 비자금을 조성하여 학교를 방문하는 손님에게 칼국수나 밥 한 그릇이라도 접대해야 하나... 아니면 다시 돈봉투를 돌려보내는 게 나을까?’

  며칠을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그래, 내가 모시는 기관장이 뇌물을 받는 분으로 만들 수는 없지!’

  나 자신이야 당연히 깨끗하지 못한 돈을 받지 않겠지만, 내가 모시는 교장 선생님을 부패공무원으로 모실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교장실을 찾아가 교장 선생님께 정중히 그간의 고민을 말씀드리고, 교장 선생님을 진정으로 잘 모시는 길이 뭔지를 고민했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씀드렸다. 교장 선생님도 흔쾌히 저의 진심을 받아주셨고, 실장 생각이 정 그렇다면 다시 돌려주라고 하셨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즉시 업체 사장님께 전화를 드리고, 방문을 하겠다고 했더니 무슨 일이냐고 하셨다.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릴 일이 있다고 하고 업체를 방문했다.

  업체 사장님께 우선 정중하게 죄송하단 말씀부터 드렸다. ‘제가 교장선생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했다! 저의 부주의로 교장 선생님을 깨끗하지 못한 돈을 받은 공직자로 만들 뻔 했으며,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잡고자 다시 돈봉투를 가져왔으니 받아 주십사 하고 간곡히 부탁드렸다. 교장 선생님의 친구 분이시라 사실 매우 조심스러웠고, 혹시 교장 선생님께 폐가 될까 최대한 정중하게 설명 드리고 양해를 구했다. 처음엔 그리 많지도 않은 돈 가지고 이렇게까지 야박하게 해야 하느냐고 완강히 거부하시더니, 결국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셨는지 받아들이셨다. 정말 감사하다고 몇 번이고 절을 하고, 업체 문을 나서는 데 얼마나 홀가분하고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사랑하는 아내와 하나 뿐인 아들 얼굴이 떠올랐다. 가슴 속에 있던 큰 돌덩어리 하나를 내려놓은 그런 기분이었다.

  스스로 깨끗한 공직의 길을 걷는 것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렇지만, 나 뿐만 아니라 내가 모시는 상사를 깨끗하게 모시고, 그 분이 정말 말 그대로 명예로운 정년을 맞이하도록 하는 게 모시는 입장에서의 최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요즘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정말 어려웠지만 잘한 선택이었고, 장한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때 이후로도 수많은 크고 작은 유혹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견디어 냈다. 그야말로 견디어 낸 것이다. 저의 진심을 받아주신 당시 교장 선생님, 업체 사장님께 지금도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제 남은 공직생활 10년,
  이젠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은 상황에서 ‘난 후배들에게 나와 같은 부담을 안겨주지는 말아야지’하며 마음속으로 다짐해본다. ‘난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공무원이다!’ 늘 되뇌는 이 말도 이제 10년 후면 끝이겠지...





        


남이장 (2016-12-28 Wednesday) 추천(댓글 기여도) : 0  
(전남,남) 현대판 목민심서에 게재해야 할 좋은 본보기입니다.
앞으로 남은 공직생활도 푸르고 맑은 기운을 공직사회에 퍼트려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어라연 (2017-01-14 Saturday) 추천(댓글 기여도) : 0  
(강원,남) [남이장]님... 과찬이십니다^^
공직생활하면서 참 어려운 부분이 상사의 위법·부당한 지시가 있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같습니다. 무조건 면전에 대고 거부하기도 참 그렇고... 우리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아래 사람들에게 위법·부당한 일을 지시하지 않는 삶을 살아갈 마음가짐을 준비해야겠습니다...
화선 (2017-01-22 Sunday) 추천(댓글 기여도) : 1  
(대전,여) 어라연님 같은 공무원님들이 점점 많아져 공직생활의 투명하고 청렴한 좋은 분위기로 상.하직원 간에도 서로 어렵지 않고 즐거운 공직생활을 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저도 거절을 못해 어려움이 많았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어라연님 말씀대로 우리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부분 맞다고 생각합니다.
어라연 (2017-02-06 Monday) 추천(댓글 기여도) : 1  
(강원,남) [화선]님...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또한 반드시 극복해야 할 일이기도 하구요^^ 감사합니다.
행정인 (2017-02-08 Wednesday) 추천(댓글 기여도) : 1  
(강원,여) 저역시 시골 작은 학교에서 가족같은 생활을 꿈꾸고 주변 공기가 나를 정화시키는 것 같은 학교에서 1년째 근무입니다. 의욕이 넘쳐 모든일이 내일이고 약간 잘 못 되어 있던 일도 그러리라 생각하며 집에까지 와서 업무를 하고 정리해 왔습니다. 그래도 뿌듯하고 힘이 들어도 보람을 느끼면서요. 헌데 내맘같지 않은 일들이 생겨 어라연님 같은 고민...하지만 타의 모범이 되고 더 맑아야 한다는 것이 아직까지 제 소신입니다. 모든 관리자분들이 그런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당연한 공직사회가 빨리 왔으면 합니다.
어라연 (2017-02-13 Monday) 추천(댓글 기여도) : 0  
(강원,남) [행정인]님... 강원도 어느 학교에 계신지는 모르겠으나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렇더라도 지킬 건 지키면서 삽시다^^
어름치 (2017-02-14 Tuesday) 추천(댓글 기여도) : 0  
(강원,남) 좋은글이네요. 글읽는 내내 감동했습니다. 청렴결백하게 사시는 모습 아름답습니다.
어라연 (2017-02-16 Thursday) 추천(댓글 기여도) : 0  
(강원,남) [어름치]님... 옛 시절 어라연에는 어름치가 참 많았답니다^^
그물이나 줄낙시로 많이 잡아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2017-05-12 Friday) 추천(댓글 기여도) : 0  
(울산,여) 울산교육감 비리로 연일 뉴스가 나오는데ㅠㅠ 그분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ㅡㅠ
신한인 (2017-09-06 Wednesday) 추천(댓글 기여도) : 0  
(경기,남) 다시한 한번 나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청렴..... 결국 청렴은 나 자신과의 싸움 입니다.
교행의별 (2017-10-20 Friday) 추천(댓글 기여도) : 0  
(인천,남) 저도 느끼는 바가 많은 글이었습니다. 저도 업체선정
문제 가지고 고민도 많이 하고 열심히 일할 의욕도 안나고 그랬는데 이런 글을
보니 많이 반성하게 되네요.
교행의별 (2017-10-20 Friday) 추천(댓글 기여도) : 0  
(인천,남) 암튼 하루 빨리 학교가 청렴한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후배들은 이런거 가지고 고민 안하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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